흥이항이(興伊恒伊) -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하랴,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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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항이(興伊恒伊) -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하랴,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다.

흥이항이(興伊恒伊) -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하랴,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다.

[일 흥(臼/9) 저 이(亻/4) 항상 항(⺖/6) 저 이(亻/4)]

음률이 비슷한 이 성어를 보면 먼저 興淸亡淸(흥청망청)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듯하나 거리가 멀다. 흥청망청은 황음에 빠진 조선 燕山君(연산군)이 採紅使(채홍사)를 두고 전국에서 뽑아 올린 미인을 가리켜 흥청이라 했고 그로 인해 망했다고 망청이라 했다. 여기에서 앞을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즐기거나 돈과 물건을 마구 낭비하는 것을 뜻하게 됐다. 興伊(흥이)와 恒伊(항이)는 형제의 이름으로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할까 라는 말이다.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는 曰梨曰柿(왈리왈시)와 상통한다.

흥이 항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형제가 상이한 뜻으로 이 성어가 유래했다고 전한다. 먼저 조선 후기의 학자 趙在三(조재삼)의 ‘松南雜識(송남잡지)’에 실린 내용을 보자. 天文(천문)에서 동식물까지 33개 부문을 기술한 백과사전인 이 책의 方言(방언) 편에 속담을 한역한 부분이 나온다. 肅宗(숙종)대 조선 후기 驪興(여흥) 閔氏(민씨) 가문에 閔百興(민백흥)과 閔百恒(민백항)이란 형제 문신이 있었다. ‘이들이 나란히 강원감사를 지냈는데 모두 선정을 베풀어 형인 흥이 낫다, 동생인 항이 낫다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론이 분분했다(兄弟相繼爲江原監司 有善政 至今稱 興伊恒伊/ 형제상계위강원감사 유선정 지금칭 흥이항이).’

다른 이야기는 중기의 문신이자 모두 영의정을 지낸 金壽興(김수흥), 金壽恒(김수항) 형제가 등장한다. 이들은 높은 자리에서 국사를 처리하면서 독단이 심했는지 세간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러자 이들 형제가 ‘우리들이 힘써서 잡은 권세를 행하는데 누가 감히 흥이야 항이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씨 흥이 항이 형제와 김씨 흥이 항이 형제가 각각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된 연유다.

자신이 맡은 바를 묵묵히 잘 처리하는 사람은 남이 뭐라 해도 갈 길을 간다. 자신의 임무도 신통찮게 하는 사람이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은 잘한다. ‘사람마다 저 잘난 맛에 산다’는 말대로 설사 잘못 처리한 일이라도 남이 지적하면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남의 흉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먼저 자기 자신을 먼저 살펴볼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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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구자 승어사정승(活狗子 勝於死政丞) - 살아있는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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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구자 승어사정승(活狗子 勝於死政丞) - 살아있는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

활구자 승어사정승(活狗子 勝於死政丞) - 살아있는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

[살 활(氵/6) 개 구(犭/5) 아들 자(子/0) 이길 승(力/10) 어조사 어(方/4) 죽을 사(歹/2) 정사 정(攵/5) 정승 승(一/5)]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고통이 가득 찼다 하여 苦海(고해)로 자주 비유한다. 괴로움이 끝이 없는 인간세상이 파도가 휘몰아치는 거친 바다와 같다고 봤다. 그곳에 빠진 채 살아가는 사람은 苦海衆生(고해중생)이다. 고해에 빠져 허우적대다 삶을 포기하는 소수도 있겠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은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여기에 적합한 적나라한 속담이 있다. 아무리 천하고 고생스럽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게 낫다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이다. 유사한 속담도 많아 ‘땡감을 따 먹어도 이승이 좋다’, ‘거꾸로 매달아도 사는 세상이 낫다’ 등이 그것이다.

훨씬 더 와 닿는 비유로 살아있는 개새끼(活狗子)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勝於死政丞)란 말이 있다. 우리 속담을 한역한 조선 후기의 학자 趙在三(조재삼)의 ‘松南雜識(송남잡지)’에 나온다. 아무리 천하고 고생스럽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가르친다. 세상을 비관하지 말고 살아가라는 뜻과 함께, 대감 죽었을 때는 문상가지 않는다는 말대로 존귀했던 몸이라도 한번 죽으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세상인심이라는 것도 함께 깨우쳐준다. 조선 중기의 문신 盧守愼(노수신, 1515~1590)의 문집 ‘蘇齋集(소재집)’에 고위직과 귀양살이를 거듭하며 나중에 사직을 청하는 상소에 이 말이 사용됐다고도 한다.

우리 속담을 한자 8자로 표현하고 그 아래 뜻을 풀이한 丁若鏞(정약용)의 ‘耳談續纂(이담속찬, 纂은 모을 찬)’에는 약간 달리 비유했다.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비록 아무리 고생스럽고 욕되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뜻이다(雖臥馬糞 此生可願 言雖苦辱 猶善於死也/ 수와마분 차생가원 언수고욕 유선어사야)’라고 설명하고 있다. 거북이가 죽어서 점치는데 귀하게 쓰이는 것보다 살아서 꼬리를 진흙에 끌고 다니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 莊子(장자)의 曳尾塗中(예미도중)도 같은 의미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겐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사는 것이 소중하다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갈수록 계급에 따른 빈부격차가 커지는 세상에선 노력해서 상위 계층에 이동하는 ‘개천의 용’은 사라졌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번 생애는 망했다고 ‘이생망’이라며 희망을 놓는다. 목구멍에 풀칠하는 것으로 살아갔던 옛날과는 달리 목숨만 부지하는 삶이 아니고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한 이들을 힘차게 이끄는 정책은 없을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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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생어구(禍生於口) - 재앙은 입에서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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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생어구(禍生於口) - 재앙은 입에서 나오다.

화생어구(禍生於口) - 재앙은 입에서 나오다.

[재앙 화(示-9) 날 생(生-0) 어조사 어(方-4) 입 구(口-0)]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한 번 뱉은 말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十惡(십악) 중에서 허망한 말(妄語/ 망어), 꾸며대는 말(綺語/ 기어), 남에게 욕하는 말(惡口/ 악구), 이간질하는 말(兩舌/ 양설) 등 말에서 비롯된 것이 네 가지나 들어있어 말의 중요성, 위험성을 가르친다.

이 난에서도 몇 차례 소개했지만 馮道(풍도)의 舌詩(설시)에서 따와 유명한 '말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口禍之門/ 구화지문)'을 비롯한 경계의 말은 동서막론하고 숱하다. 모든 재앙이 일어나는(禍生) 곳은 입으로부터(於口)라고 한 말도 같다.

이 성어는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신 成大中(성대중, 1732~1809)의 문집에 실려 있다. 그의 잡록집 '靑城雜記(청성잡기)'의 質言(질언) 부분에 나온다고 한다. 말에 관한 명언 몇 부분을 옮겨보자.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사람은 그 말이 번잡하고, 마음에 주관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거칠다(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荒/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다시 좋은 말이 이어진다. '화는 입에서 생기고, 근심은 눈에서 생기고,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긴다(禍生於口 憂生於眼 病生於心 垢生於面/ 화생어구 우생어안 병생어심 구생어면).' 垢는 때 구. 이 구절은 글 쓰는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明心寶鑑(명심보감)에 말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것이 빠질 수 없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와 같다. 한마디라도 무겁기가 천금과 같고, 한마디 말이 상하게 할 때는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 같다(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半句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 이인지언 난여면서 상인지어 이여형극, 일언반구 중치천금 일어상인 통여도할).' 絮는 솜 서, 荊은 가시 형, 棘은 가시 극.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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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토비(狐死兎悲) -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슬피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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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토비(狐死兎悲) -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슬피 울다.

호사토비(狐死兎悲) -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슬피 울다.

[여우 호(犭/5) 죽을 사(歹/2) 토끼 토(儿/5) 슬플 비(心/8)]

교활한 이미지로 먼저 다가오는 여우는 백발이 될지 모르나 결코 선량해지지 않는다고 낙인이 찍혔다. 九尾狐(구미호)는 간사하고 요망한 사람을 가리킨다. 반면 토끼는 정답고 친한 동물로 여겨진다. 게으름을 부려 거북에게 경주를 지지만, 자라를 속여 목숨을 건지는(鼈主簿傳/ 별주부전, 鼈은 자라 별) 지혜가 있어 사랑스러운 분신의 대명사다. 그런데 이 둘은 사이가 좋을까. 달리기에서 월등하게 앞서는 토끼와 쫓아봐야 헛일인 것을 아는 여우는 그저 그런 사이다. 여우가 죽었을 때(狐死) 토끼가 슬피 운다(兎悲)는 이 성어는 같은 처지의 동류끼리 불행을 위로한다는 뜻도 있고, 마음속으로는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슬픈 척 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 元(원)나라 때 완성된 ‘宋史(송사)’의 李全(이전)전에서 이 말이 유래했다. 송나라 말기, 1127년 女眞(여진)이 세운 金(금)나라가 쳐들어와 왕을 포로로 잡아갔기 때문에 강남으로 쫓겨 가 南宋(남송)이 건립되었다. 졸지에 나라를 빼앗긴 강북 지역의 한인들은 곳곳에 자위를 위한 집단을 이루었고, 옛 땅을 찾기 위한 의병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楊妙眞(양묘진)이란 여걸이 오라버니 楊安兒(양안아)가 의병을 이끌다 전투 중 죽음을 당해 무리를 이끌게 됐고 이전이란 사람도 합류했다.

이전과 양묘진은 부부가 되어 남송과 금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했다. 楚州(초주)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남송에선 夏全(하전)이 이끄는 군대가 쳐들어왔다. 하전이 남송에 귀순한 의병 출신인 것을 알고 양묘진이 사람을 보내 말을 전했다. ‘여우가 죽으면 토끼가 슬퍼서 우는 법인데 이 쪽이 죽으면 그쪽도 어찌 홀로 살 수 있겠습니까(狐死兎泣 李氏滅 夏氏寧獨存/ 호사토읍 이씨멸 하씨녕독존)?’ 이 쪽은 물론 이전, 상대는 하전이다. 이 말을 들은 하전은 옳다고 여겨 공격을 멈췄으나 배반을 당해 나중 금나라에 투항했다. 여우 죽음을 슬퍼해 주려다 속아 넘어간 것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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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고파산(好古破産) - 옛것을 좋아하여 재산을 다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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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고파산(好古破産) - 옛것을 좋아하여 재산을 다 날리다.

호고파산(好古破産) - 옛것을 좋아하여 재산을 다 날리다.

[좋을 호(女/3) 예 고(口/2) 깨뜨릴 파(石/5) 낳을 산(生/6)]

먼저 살았던 선인들의 지혜를 소중히 여겨 오늘날 잘 받아들이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은 잘못이 없으니 명심해야 한다고 ‘옛말 그른 데 없다’는 속담이 이어온다. 孔子(공자)도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고 溫故知新(온고지신)이라 했다. 옛 문물을 소중히 여긴다는 崇古(숭고)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과거의 일만 옳다고 여기고 따라 하기만 한다면 막막하다. 옛일을 참고는 하더라도 현재를 헤쳐 나갈 때는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존재한다. ‘흘러간 물로써는 물방아를 돌릴 수가 없다’는 말과 통한다.

옛것을 무척 좋아하여 재산을 다 날린다는 이야기는 조선의 笑話集(소화집)으로 알려진 ‘蓂葉志諧(명엽지해)’에 실려 있다. 旬五志(순오지)를 쓴 중기의 문신 洪萬宗(홍만종, 1643~1725)의 저작이다. 남녀 간의 육담과 해학을 다룬 책의 집대성 古今笑叢(고금소총)에도 포함된다. 명엽은 蓂莢(명협)이란 보름 사이 한 잎씩 났다가 그 후 한 잎씩 진다는 달력 풀의 잎이다. 촌로들의 이야기를 듣고 달력 뒷면에 기록하듯이 했다는 의미라 한다.

옛날 물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이 깨어진 표주박을 갖고 와 옛날 중국의 은자 許由(허유)가 귀를 씻은 것이라 하니 백금을 주고 샀다. 너덜너덜한 방석을 갖고 온 사람이 공자가 杏亶(행단)에서 강의할 때 앉은 자리라 하자 또 백금을 주고 샀다. 또 한 사람이 대지팡이를 後漢(후한)의 기인 費長房(비장방)이 하늘을 날 때 썼던 지팡이라 하자 거금을 주고 샀다. 집안의 재물이 바닥났지만 얻은 것이 많다며 표주박과 지팡이를 짚고 자리를 끼고 거리로 나섰다. ‘사람들이 모두 입을 막고 웃었는데 옛것을 좋아하다 집안을 망친 것을 비웃은 것이다(人皆掩口 笑其好古而破産也/ 인개엄구 소기호고이파산야).’

옛날의 가르침과 전통을 이어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파산할 정도로 현실을 무시하고 옛것에 빠진다면 옳은 일이 아니다. 이전부터 내려오는 것을 새롭게 해 본다고 전면 폐기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행위다. 어느 것이나 모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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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처재배(向其妻再拜) - 아내를 향해 두 번 절하다, 효성스런 처를 존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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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처재배(向其妻再拜) - 아내를 향해 두 번 절하다, 효성스런 처를 존경하다.

향기처재배(向其妻再拜) - 아내를 향해 두 번 절하다, 효성스런 처를 존경하다.

[향할 향(口/3) 그 기(八/6) 아내 처(女/5) 두 재(冂/4) 절 배(扌/5)]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꼽는다면 부부다. 寸數(촌수)로 따지더라도 형제가 2촌이고 부자가 1촌이면 부부는 무촌인 것만 봐도 그렇다. 모든 가족관계가 부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朴仁老(박인로)의 시조에도 ‘부부 있은 후에 부자 형제 생겼으니/ 부부 곧 아니면 오륜이 갖을소냐’란 구절이 있다. 이처럼 소중한 부부가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면 琴瑟相樂(금슬상락)하여 百年偕樂(백년해락)이 가능해진다. ‘색시가 고우면 처갓집 외양간 말뚝에도 절한다’란 속담이 있다. 귀중한 아내가 잘해주기까지 하면 주위의 보잘 것 없는 것까지도 좋게 보인다는 말이다.

처가 외양간 말뚝이 아니라 아내를 향해(向其妻) 두 번 절했다(再拜)는 이야기가 있다. 얼마나 아내가 소중했으면 그랬을까. 조선 후기의 문신 蔡濟恭(채제공, 1720~1799) 선생의 문집 ‘樊巖集(번암집)’에 실린 효자 이야기에서 나왔다. 호가 번암인 채제공은 英祖(영조), 正祖(정조) 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중신으로 思悼世子(사도세자)의 폐위를 말리고 신원에 힘썼으며 수원 華城(화성)을 담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권55의 傳(전)에 전하는 충의, 미담, 효행 등에서 ‘林孝子傳(임효자전)’의 내용을 보자.

임효자는 경상도 상주 사람이다.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지극한 효성으로 팔순이 넘은 노모를 섬겼다. 어느 날 그의 아내가 제사 때 쓰기 위해 기름을 짜 항아리에 담아 둔 것을 시어머니가 요강인 줄 잘못 알고 채소밭에 뿌리려 했다. 어린 손녀가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자 어머니가 얼른 입을 막고 노인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고 타일렀다. 그리고선 물과 섞어서 버려야 한다며 항아리를 받아 물을 섞어서 버렸는데 시어머니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저녁 때 임효자가 돌아와 어린 딸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 ‘곧장 섬돌에 내려가서 그 처를 향해 두 번 절했다(孝子便下堦 向其妻再拜/ 효자편하계 향기처재배).’

임효자를 널리 알리기 위한 글에 더욱 효행이 빛나는 사람은 그의 부인이었다. 평소의 효행에 감화되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린 딸에게도 좋은 본보기를 보인 점에서 임효자에 못지않다. 솔선수범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여기서도 알 수 있다. 오늘날 가정에서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왕자나 공주처럼 떠받든다. 이렇게 자라서 자기밖에 모르게 되면 올바른 가정교육이라 할 수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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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동혈(偕老同穴) -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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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동혈(偕老同穴) -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다.

해로동혈(偕老同穴) -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다.

[함께 해(亻/9) 늙을 로(老/0) 한가지 동(口/3) 구멍 혈(穴/0)]

남남이었던 남녀가 부부로 만나 같이 늙으며(偕老) 같은 무덤에 묻힌다면(同穴) 그보다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금실 좋은 부부를 찬양하는 많은 성어를 낳았는데 그 중에서도 偕老同穴이 으뜸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百年偕老(백년해로)도 있지만 같이 죽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이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되어 선풍을 일으켰던 것도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76년간 해로한 백발 노부부의 실제의 사랑과 이별을 기록했기에 젊은 사람들까지 열광했다. 관객 500만에 육박하며 흥행한 것은 이런 이상적인 부부애가 주변에서는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일 듯하다.

이 성어가 등장한 시기는 오래다. 약 3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전해지던 시를 수록한 ‘詩經(시경)’에 자주 등장한다. 시경은 동아시아 시가문학의 원조로 평가되며 孔子(공자, 기원전 551년-479년)도 학업의 맨 처음 단계로 생각할 정도로 중시했다.

주로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를 채집한 國風(국풍)에 이 말이 수록되어 있다. 黃河(황하) 유역에 흩어져 있던 나라의 민요가 대부분인데 몇 곳만 발췌해 보면. ‘死生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사생계활 여자성설 집자지수 여자해로/ 죽거나 살거나 만남과 헤어짐을 함께 하자고 그대와 언약했지 그대의 손을 부여잡고 죽도록 함께 늙겠노라)’<邶風擊鼓(패풍 격고)>, ‘君子偕老 副笄六珈(군자해로 부계육가/ 낭군과 해로해야지 쪽 찌고 구슬박은 비녀를 꽂고)’<鄘風君子偕老(용풍 군자해로)>, ‘穀則異室 死則同穴(곡즉이실 사즉동혈/ 살아서는 딴 집이라 해도 죽어서는 같은 구덩이에 묻히리라)’<王風大車(왕풍 대거)> 등이다. 어려운 한자가 제법 많은데 闊은 넓을 활, 邶는 나라이름 패, 笄는 비녀 계, 珈는 머리치장 가, 鄘은 나라이름 용, 곡식 穀에는 산다는 뜻도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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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지유(何陋之有) - 어찌 누추한 곳이 있겠는가, 자신이 만족하며 사는 곳이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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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지유(何陋之有) - 어찌 누추한 곳이 있겠는가, 자신이 만족하며 사는 곳이 제일

하루지유(何陋之有) - 어찌 누추한 곳이 있겠는가, 자신이 만족하며 사는 곳이 제일

[어찌 하(亻/5) 더러울 루(阝/6) 갈 지(丿/3) 있을 유(月/2)]

이사를 한 뒤 친구나 이웃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며 집을 구경시킨다. 번거로운 것을 피하여 점차 옛 풍습이 되어갈 정도로 드물어졌지만 집들이를 할 때 주인은 화려한 집이라도 꼭 좁고 너저분하다며 陋屋(누옥)이라고 겸손해한다. 자기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정도가 심하면 孔子(공자)님이 꾸짖을 것이다. 거처하는 사람의 인품에 따라 향기가 날 수 있다며 ‘군자가 머무는 곳에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君子居之 何陋之有/ 군자거지 하루지유)’하고 말이다.

빈한한 생활에도 평안한 마음으로 도 행하기를 즐거워하며 근심을 잊는 安貧樂道(안빈낙도)와 樂以忘憂(낙이망우)를 최고로 쳤던 선비들은 공자의 교훈으로 주어진 불편을 능히 이겨냈다. 누추한 곳이라도 능히 교화할 수 있다는 말은 ‘論語(논어)’의 子罕(자한)편에 등장한다. 공자가 당시 中原(중원)에는 성인의 도가 행해지지 않아 동방의 아홉 夷族(이족)이 사는 땅으로 옮겨 살려고 했다. 한 사람이 누추할 텐데 어찌 지내려 하느냐고 묻자 군자가 가서 교화해 살면 되니 무슨 누추함이 있겠느냐고 답했다.

唐(당)나라 시인 劉禹錫(유우석)은 ‘陋室銘(누실명)’에서 더 멋지게 표현한다. ‘산은 높음에 있지 않고 신선이 살아 명산이고(山不在高 有仙則名/ 산부재고 유선즉명), 물은 깊어서가 아니라 용이 살아 영험하다(水不在深 有龍則靈/ 수부재심 유룡즉령), 이 집은 누추하더라도 덕이 있어 향기롭다(斯是陋室 唯吾德馨/ 사시누실 유오덕형).’ 조선의 許筠(허균)도 ‘누실명’을 남겼다. ‘사람들은 누추한 곳에 어찌 사느냐고 묻지만(人謂陋室 陋不可處/ 인위누실 누불가처), 내가 보기에는 맑은 신선의 세계란다(我則視之 淸都玉府/ 아즉시지 청도옥부).’ 군자가 산다면 누추한들 어떠리 하며 유유자적이다.

집들이가 사라지는 것은 형식적인 것을 꺼리는 풍조도 있겠지만 집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조그만 아파트가 예사로 10억이 가까이 되니 젊은이가 봉급을 쓰지 않고 10년을 넘겨 모아도 감당을 못한단다. 이런 판이라 아무리 깨끗한 마음으로 살려고 해도 기본 환경이 조성될 리 없다. 획기적인 부동산 대책 나올 수 없을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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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두지재(八斗之才) – 여덟 말을 차지한 재주, 뛰어난 조식의 글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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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두지재(八斗之才) – 여덟 말을 차지한 재주, 뛰어난 조식의 글재주

팔두지재(八斗之才) – 여덟 말을 차지한 재주, 뛰어난 조식의 글재주

[여덟 팔(八/0) 말 두(斗/0) 갈 지(丿/3) 재주 재(手/0)]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이 재주다. 어떤 일에 잘 대처하려면 재주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의 재주는 가지고 있어서 그것으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재주는 장에 가도 못 산다’는 속담대로 남보다 뛰어난 재주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배우고 익혀야 한다. 모든 일을 잘 하기는 어렵다. 맑은 날에는 신발로, 궂은 날에는 나막신으로 쓸 수 있는 온갖 재주를 가진 사람을 履屐俱當(이극구당, 屐은 나막신 극)이라 한다. 이같이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 八方美人(팔방미인)이란 말이 또한 온갖 일에 조금씩 아는 얼치기라는 뜻도 있다.

재주를 계량화하거나 등위를 매길 수 있을까. 손재주는 일하는 속도나 완성도를 보고 부분적으로 잴 수는 있겠다. 그래도 머리로 창작하는 예술이나 문학 등은 순위를 매길 수 없다고 상을 거부하는 사례까지 종종 나온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어도 비유적으로 재능이 많고 뛰어남을 말한 것이 여덟 말을 차지하는 뛰어난 재주라는 이 성어다. 중국 南北朝(남북조)시대의 이름난 산수시인 謝靈運(사령운, 385~433)이 曹操(조조)의 아들인 曹植(조식)을 극찬하면서 한 말이다. 唐(당)나라 李延壽(이연수)가 남조 네 왕조를 기술한 ‘南史(남사)’에 기록돼 있다. 부분을 보자.

‘천하의 글재주를 모두 한 섬이라 한다면, 조식 혼자서 여덟 말을 차지한다(天下才共一石 曹子建獨得八斗/ 천하재공일석 조자건독득팔두).’ 자가 子建(자건)인 조식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조조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았으나 아버지 사후 즉위한 형 曹丕(조비)가 사사건건 트집하여 큰 고통을 겪었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아 고통을 안기는 煮豆燃萁(자두연기, 萁는 콩대 기)는 형제끼리의 다툼을 말한다. 이 말이 조비가 일곱 발자국을 옮기는 동안 시를 지으라고 하여 탄생한 조식의 七步詩(칠보시)에서 유래한 구절인 것은 유명하다.

조식을 높이 평가한 사령운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남은 두 말의 재주 중 자신이 한 말을 차지하고, 예부터 그 때까지의 사람들이 남은 한 말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재주를 믿는 자부심은 좋으나 너무 아무 데나 앞세우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먼저 다치거나 타인의 질시를 받아 일찍 쇠퇴한다는 甘井先竭(감정선갈)이란 말도 있으니 마음을 먼저 닦아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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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지년(破瓜之年) - 여자의 나이 16세, 남자의 나이 6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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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지년(破瓜之年) - 여자의 나이 16세, 남자의 나이 64세

파과지년(破瓜之年) - 여자의 나이 16세, 남자의 나이 64세

[깨뜨릴 파(石/5) 외 과(瓜/0) 갈 지(丿/3) 해 년(干/3)]

오이를 깨뜨렸다는 破瓜(파과)는 오이 瓜(과)글자를 破字(파자)했다는 말이다. 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누는 것이 파자인데 재미있는 글자 학습법으로 많이 사용됐다. 可笑(가소)로운 것을 풀어 丁口竹天(정구죽천)이라 하고, 쌀 米(미)는 八十八(팔십팔)이 되어 米壽(미수)가 88세가 된다는 식이다. 瓜(과)자는 한 가운데를 세로로 나누면 두 개의 八(팔)이 되어 이것도 나이를 나타내는 말이 됐다. 瓜字初分(과자초분)이라고도 하는데 두 개의 팔을 더하면 8+8=16이 되고, 곱하면 8*8=64로 각각 뜻하는 것이 달랐다.

먼저 16세는 여자의 나이를 말한다. 二八靑春(이팔청춘)이라 하듯이 春香(춘향)과 夢龍(몽룡)이 만난 때도 이 때다. 오이가 여성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어 오이를 깬다는 것은 처음 생리를 한다는 뜻이나 또는 처녀성을 잃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중국 東晋(동진)의 시인 孫綽(손작)이 ‘情人碧玉歌(정인벽옥가)’에서 이런 뜻으로 처음 썼다는데 앞부분만 보자. ‘푸른 구슬이 오이를 깨뜨릴 때, 님은 정으로 나를 덮었네(碧玉破瓜時 郎爲情顚倒/ 벽옥파과시 낭위정전도).’

淸(청)나라 학자 翟灝(적호, 翟은 꿩 적)는 백과사전격인 ‘通俗編(통속편)’에서 점잖게 바로잡는다. ‘풍속에서는 여자가 몸을 망치는 것을 파과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俗以女子破身爲破瓜 非也/ 속이여자파신위파과 비야).’ 瓜(과)자를 깨면 두 개의 八(팔)자가 되어 이는 이팔 십육 세를 말할 뿐이라 했다. 청나라 문인 袁枚(원매)도 시론 隨園詩話(수원시화)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고 한다.

역시 ‘통속편’에 呂巖(여암)이 張泊(장박)에 준 시라고 하면서 ‘공을 이룬 것은 파과년으로 바로 팔팔 64세를 말한다(功成當在破瓜年 則八八六十四歲/ 공성당재파과년 즉팔팔륙십사세)’고 실려 있다. 남자의 경우는 64세를 말한다며 宋(송)나라 祝穆(축목)의 事文類聚(사문유취)에도 기록돼 있다.

남자의 64세보다 여자의 16세에 더 많이 쓴 이 말이 한창 때의 청춘이라 하지만 지금이야 미성년자이다. 중고생이 동급생을 끔찍이 폭행한 사건이 종종 드러났는데 다 자랐다고 어른 행세를 하기 전에 좀 더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이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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